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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9월 20일, 히가시쿠니노미야 내각의 외무대신 요시다 시게루가 연합군 최고사령관 맥아더를 방문한다.  히로히토가 맥아더를 만나는 것에 대한 의견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요시다는 맥아더로부터 히로히토의 비공식 방문은 부적절하지 않으며, 오히려 환영한다는 뜻을 확인한다. 이어 후지타 히사노리 시종장이 맥아더를 방문한다. 후지타는 맥아더에게 일본이 포츠담 선언을 성실히 이행할 의사가 있음을 알리고 싶다는 히로히토의 뜻을 전달한다. 이렇게 해서 9월 27일 오전 10시 무렵, 주일 미국 대사관에서 맥아더와 히로히토간의 첫 번째 회담이 열리게 된다.


맥아더와 히로히토는 사진을 세 번 찍고는 대화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이 사진이 불경하다는 이유로 신문 게재를 금지하지만,

GHQ가 이 조치를 철회시킨다.





1961년, 후지타는 자신의 회고록(『시종장의 회상』[각주:1])에서 히로히토가 자신의 전쟁책임을 통감했다고 적고 있다.


패전에 이른 전쟁에 대해 여러가지로 책임이 추궁되고 있지만, 그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다.

문무백관은 내가 임명하는 자리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책임이 없다. 내 한 몸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나를 당신에게 위임한다. 제발 국민이 더 이상 생활에 곤란함을 겪지 않도록 연합국의 원조를 부탁한다.[각주:2]


당시 히로히토를 수행했던 후지타 시종장 등은 다른 방에서 대기했다. 따라서 후지타는 맥아더와 히로히토의 대화 내용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다. 이에 대해 후지타는 회담이 끝난 후 속기록에서 위의 대화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히로히토가 자신의 전쟁책임을 인정했다는 식의 발언은 이 대화의 당사자였던 더글라스 맥아더의 회고록에도 나온다. 이 말을 들은 맥아더는 온 몸에 전율이 흘렀으며, 감동했다고 한다.


2002년 10월, 아사히 신문의 청구로 회담 속기록이 공개됐다. 외무성에서는 이 기록을 비공개 하기로 결정했지만, 정보공개심사회가 외무성에 정보 공개를 요청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공개된 속기록에는 히로히토가 저런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저 발언의 내용과는 정 반대로, 자신의 전쟁책임을 모면하려는 듯한 발언이 등장하는 것이 재미있다.


이번 전쟁에 대해서, 나로서는 극력 피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전쟁이 일어난 것을 아주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각주:3]


[참고 자료]

1. (小森陽一, 『天皇の玉音放送』, 東京: 五月書房, 2003.) 송태욱 역, 『1945년 8월 15일, 천황 히로히토는 이렇게 말하였다』, 서울: 뿌리와이파리, 2004, pp.121-123.

2. (Herbert P. Bix, Hirohito and the Making of Modern Japan, New York: HarperCollins, 2000.) 오현숙 역, 『히로히토 평전, 근대 일본의 형성』, 서울: 삼인, 2010.

3. 김현우, 『일본 현대정치사』, 서울: 아카넷, 2004.

4. 이시카와 마쓰미, 박정진 역, 『일본 전후 정치사』, 서울: 후마니타스, 2006.


  1. 원제는 侍従長の回想 [본문으로]
  2. (小森陽一, 『天皇の玉音放送』, 東京: 五月書房, 2003.) 송태욱 역, 『1945년 8월 15일, 천황 히로히토는 이렇게 말하였다』, 서울: 뿌리와이파리, 2004, pp.121-123. [본문으로]
  3. (小森陽一, 『天皇の玉音放送』, 東京: 五月書房, 2003.) 송태욱 역, 『1945년 8월 15일, 천황 히로히토는 이렇게 말하였다』, 서울: 뿌리와이파리, 2004, pp.114-11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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