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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독서국

정통 중국현대사

소노라 2017. 6. 30. 19:12

(中国共产党中央委员会文獻研究室, 『關于建國以來黨的若干歷史問題的決議』, 北京: 人民出版社, 1985.) 허원 역, 『정통 중국 현대사: 중국공산당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 서울: 사계절, 1990.


왕조 시대때 한국이나 중국에서는 새 왕조가 직전 왕조의 정사를 편찬하는 관례가 있었다. 명나라가 망하자 청나라가 명사를 편찬하고, 고려가 망하자 조선이 고려사를 편찬하는 식이었다. 역사를 해석할 때에는 정사에 따라야 했다. 오늘날 중국에도 정사에 비견될 만한 것이 있다. 바로 '건국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다.


1981년 6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11기 제6차 전체회의(11기 6중전회)는 '건국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중국공산당 역사에서 역사결의는 두 번 있었다. 1945년 6기 7중전회(중국공산당 제6기 중앙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에서 채택된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가 첫째고, '건국이래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가 둘째다. 첫번째 역사결의를 통해 "마오쩌둥 사상이 중국공산당의 지도 이념으로 확립"[각주:1]되었다면, 두 번째 역사결의를 통해 덩샤오핑과 실천파들은 자신들이 몇 년전 거둔 정치적 승리를 재확인하고, 마오쩌둥을 신에서 인간의 위치로 되돌림으로써, 필요한 경우 마오의 사상에 반대할 수 있는 기틀을 닦아놓았다. 이것은 역사, 특히 당대사는 단지 학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임을 잘 드러내는 일화다.


흐루쇼프는 소련 공산당 20차 전당대회를 통해 전임자 스탈린을 격하했다. 그 유명한 '비밀 연설'을 통해서다. 흐루쇼프와 소련에게는 레닌이 있었다. 스탈린을 신랄히 비판하더라도(그리고 사실 이것은 스탈린이 온당히 받았어야 하는 비판이었다) 마지막에는 레닌에게 기댈 수 있었다. 한편, 마오쩌둥의 마지막 10년을 장식한 문화대혁명은 처참한 재앙이었다. 마오쩌둥은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또, 덩샤오핑, 천윈 등은 바로 그 문화대혁명으로 시련을 받은 대표적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덩샤오핑은 '흐루쇼프가 스탈린 비판하듯' 마오쩌둥을 비판할 수는 없었다. 마오쩌둥은 중국의 레닌이자 스탈린이었기 때문이다. '건국이래 역사결의'는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됐다. 그 과정에서 덩샤오핑은 자신의 의견을 몇 차례 밝혀가며, 자신의 의도대로 결의를 이끌어갔다. 덩샤오핑은 마오를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모택동동지는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서거할 때까지 줄곧 우리 당의 영수였습니다. 모택동동지의 오류에 대하여 도가 지나치게 써서는 안됩니다. 도를 넘게 되면 모택동동지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될 뿐 아니라 우리 당과 우리나라의 체면에도 먹칠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에 어긋납니다.[각주:2]


결국 '건국이래 역사결의'는 마오쩌둥에게도 잘못이 있었지만 그는 위대한 무산계급혁명가였노라고 공칠과삼식의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공적이 과오를 압도하고, 공적이 1차적이라면 과오는 2차적이라는 식이다. 덩샤오핑이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결의원고를 한번 보았습니다. 안되겠습니다. 다시 써야 하겠습니다. […] 문건 전체가 너무 침울하여 결의같지 않습니다. 수정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 잘못된 것은 비판하되 적절하게 해야 합니다.[각주:3]


'건국이래 역사결의'이기는 하지만, 결의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의 역사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1949년 이전의 중국공산당 역사도 다루어지고 있다.


한편, 1983년에는 '건국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 주석본 초본이 발행되었고, 1985년에는 수정본이 발행되었다. 이 책은 1985년 수정본을 번역한 것이다. 중국어 인명은 모두 한국식 독음으로 번역됐지만,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좋은 책이지만, 나온지 오래되어 구하기 어렵다는 점은 흠이다.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역사결의가 중국공산당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당대사를 해석한 것인만큼, 학술적으로 볼 때 중립적이거나, 왜곡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현대사를 이 역사결의만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1. 조영남, 『개혁과 개방: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1, 1976~1982년』, 서울: 민음사, 2016, p.392. [본문으로]
  2. (中国共产党中央委员会文獻研究室, 『關于建國以來黨的若干歷史問題的決議』, 北京: 人民出版社, 1985.) 허원 역, 『정통 중국 현대사: 중국공산당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 서울: 사계절, 1990, p.75. [본문으로]
  3. ibid., pp.70-7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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