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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독서국

하버드대학 중국 특강

소노라 2018. 10. 2. 22:46

(Jennifer Rudolph and Michael Szonyi ed., The China Questions: Critical Insights into a Rising Power,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2018.) 이은주 역, 『하버드대학 중국 특강』, 서울: 미래의창, 2018.


하버드대학 페어뱅크 중국연구소(Fairbank Center for Chinese Studies) 설립 60주년을 기념하여 석학 36명의 글을 엮은 책이다. 다수 저자들의 글을 엮은 책인만큼 저자마다 성향은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중국의 미래가 핑크빛으로 가득 찬 것만은 아니다라는 느낌을 준다.


엘리자베스 페리는 중국공산당이 자기 권력의 정당성을 역사에서 찾지만, 이는 한계가 명확하며 결국 빈부격차 해소 등 사회복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련 대책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엘리자베스 페리의 의견이다. 그러면서 공산당이 조만간 정권을 잃으리라는 결정적 신호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지만, 그 결정적 신호는 체제 붕괴 말고는 없으므로 그 신호를 찾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중국공산당은 지금도 혁명 과업을 수행하던 시절 그리고 혁명을 완수하고 권력을 장악한 이후로 계속해서 축적해온 정당성의 근거들을 계속해서 주워섬기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근거들은 끊임없이 다시 채워 넣지 않는 한 결국 고갈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공산주의 혁명 당시 천명했던 약속들 중 실현은 커녕 제대로 연구조차 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국공산당은 스스로 저지른 역사적 과오에 대한 탐구와 비판적 분석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공연히 언급할 시 즉각적 보복이 따른다는 엄포와 함께 해당 주제에 대한 토론을 '7대 금기 사항'의 하나로 규정했다.



역사적 기록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체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결국 견뎌내기 힘든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공산주의 혁명의 기초가 됐던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노력이야말로 중국공산당 통치의 도덕적 근거를 세우는 든든한 발판이 돼줄 것이다. 그러자면 공직자의 부정행위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반부패 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 마오쩌둥 시대 이후 경제 개혁에 수반된 극심한 빈부 격차를 해소하는 극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시진핑이 천명한 농촌 빈곤 지역에 대한 '맞춤 빈곤 구제책'은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올바른 정책 방향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으로 정책이 완성된 것은 아니고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고 봐야 한다. 좀 더 적극적이고 야심 찬 대책이 있어야만, 역대 중국 통치자가 지배의 정당성을 주장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었던 '천명天命'을 근거로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사회복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통치의 근거로 삼는다는 의미다.



중국공산당 정권이 '역사적 정당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계속 기댈 경우, 현재의 통치 방식으로는 그 근거가 고갈될 위험성이 크다. 그러나 이 독재 정권이 조만간 통치의 정당성을 잃게 되리라는 신호가 명확히 포착되지는 않는다. 체제의 붕괴 외에는 결정적 신호라는 것이 딱히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신호를 찾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각주:1]


조지프 퓨스미스는 공산당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부패를 과연 개인의 일탈로만 돌리는 게 옳은 것인가? 공산당의 구조 자체가 부패를 유도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점을 지적한다. 마크 엘리엇은 중국의 소수민족에 대해 저술했는데, 중국(한족)이 소수민족을 무시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한족은 비한족들이 중국 아래서 경제적 과실을 따먹었지만 은혜를 모른다고 생각하고, 비한족들은 경제적 과실은 인정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마크 엘리엇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소련이 비러시아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기 때문에 결국 해체됐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그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그는 소수민족 억압정책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결국 포용정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야원 레이는 서구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도 여론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톈안먼 사건 이후 부침을 겪던 여론은 1998년 무렵, 신문의 상업화가 추진되면서 성장 추세를 보였다. 초기에는 민족주의와 관련된 것들이 주요 쟁점이었다면 근래에는 시민 생활 등과 관련된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권위주의 국가는 여론을 탄압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도구로서 이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자오쯔양이 제기한 '여론에 의한 감시'가 대표적인데, 자오의 실각 이후로도 이 개념이 완전히 폐기되지는 않았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지점이다. 한편, 시진핑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임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시대보다 여론에 대한 검열 감시가 강화되었다. 또한 여론을 주도하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와해시켰는데, 이는 사회적 취약 계층이 도움을 받을만한 네트워크를 와해시킨 꼴이 되었고, 결국 이들이 자신들의 불만을 더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할 가능성이 증대시켰다는 것이다.


위화 왕은 중국 역대 왕조의 대다수는 외적이나 민중의 반란이 아니라 엘리트에 의해 무너졌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시진핑의 반부패 채찍 일변도는 정치 엘리트들의 불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음을 지적한다. 한편, 로버트 로스는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해권 유지가 관건이며, 따라서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게 엄청난 위협이며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양국간 협력을 증진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시기 미국의 정책 실패로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했는데, 특히 대중국 견제라는 목적을 노골적으로 알린 것(대표적으로 항행의 자유 작전)은 뼈아픈 실책이라고 지적한다.


앨러스테어 이언 존스턴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평화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평화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군비 확대에 찬성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 지도자들이 정치적 목적에서 중국 예외주의('중국은 평화로운 나라이며, 중국인들은 평화를 사랑한다')를 이용하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중국 지도부는 중국이 특별히 평화적인 국가라는 선전을 그만두는 편이 좋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스티븐 골드스타인은 타이완의 민주화가 양안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함. 즉, 타이완은 중국의 일부분이 아니라 독립된 개별 국가라는 인식이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타이완 사이에서 현상유지를 위한 중간자 역할을 수행해 왔고, 앞으로 양안관계에는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가 있지만 역시 가장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현상유지라고 예측한다. 에즈라 보걸은 1992년에 주목한다. 물론, 1992년은 톈안먼 사건(천안문 사건) 이후 주춤하던 개혁개방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그 유명한 덩샤오핑의 남순강화가 있었던 해이지만, 보걸이 92년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다. 보걸은 1992년부터 중국 정부(중국공산당)이 애국주의 교육 운동을 시작한 해이며, 이후 이것이 중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1992년은 젊은 세대의 충성심이 약하다고 생각한 중국 정부가 '애국 교육 운동'을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애국 교육 과정 중에서 젊은 층에게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일본이 중국을 침략한 이후 1931년부터 1945년까지 중국인에게 저지른 온갖 만행에 관한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항일 투쟁을 하는 중국인의 영웅적 모습을 그린 영화를 방영하는 등 현대적인 방식으로 해당 내용을 전달하려 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던 까닭에 유명 영화 제작사들은 계몽적인 목적에서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이유로도 그런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중국인이 침략자 일본에 맞서 싸우는 내용의 게임도 젊은 층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상업적 가치를 지닌 지속 가능한 사업 소재로서 손색이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중국인의 비율은 점점 낮아졌으나, 이러한 내용의 영화와 게임이 일본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각주:2]


시장경제의 도입과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으로 생긴 사상의 공백, 그리고 공산당의 부패 문제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돌리기 위해 공산당이 의도적으로 내셔널리즘을 부양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사실이다.


한편, 리처드 쿠퍼는 중국 경제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노동이나 자본보다는 총요소생산성의 향상이 컸다고 분석하며, 이를 세분화 하면 7가지 요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중국의 고도 성장을 견인했던 7가지 요소 가운데 교육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들은 이제 중국 경제 성장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경제 이론상 성장에는 노동력(교육 및 경험 수준의 향상 포함), 자본 그리고 총요소생산성TFP: Total Factor Productivity의 증가가 필요하다. 대다수 연구 결과 1978년 이후 30년 동안 경제 성장을 견인한 두 가지 핵심 동력, 즉 노동력과 자본이 성장에 기여한 비중은 10-2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장의 핵심 요인을 자본이나 노동이 아니라 총요소생산성의 급격한 상승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총요소생산성은 자본과 노동 등 눈에 보이는 요소 외에 기술 개발이나 경영 혁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가 얼마나 생산성을 높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옮긴이) 그렇다면 중국 경제의 놀라운 성장을 견인한 요소는 무엇인가? 중국 경제가 급성장한 이유로는 크게 일곱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정부의 자원 할당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즉, 사회주의 경제 체제에 공통적인 중앙 정부 주도의 하향식 자원 할당 방식에서 시장에 기반을 둔 할당 방식으로 바뀌었다.[…]둘째, 국가적 차원에서 고립에 가까웠던 국내 경제 체계가 세계 경제와 협력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셋째,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중국 교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넷째, 생산 인구 비율이 높아져 경제 성장이 촉진되는 이른바 '인구배당효과'가 있었다.[…]다섯째,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여섯째, 저축률과 투자율이 단 몇 년만에 총생산량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마지막 일곱 번째 성장 요소는 바로 교육이었다.[…]이상의 일곱 가지 요소가 개혁·개방 정책 이후 근 30년 동안 중국의 고도 경제 성장을 이끈 주요 동력이었다. 물론 선진국의 기술 도입도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신기술 개발 및 축적은 외국인들의 투자 및 조언, 해외 거주 교포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 높은 투자율, 외국 기업에서의 훈련 경험을 포함한 전반적 교육 수준의 향상 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 크다. 그렇다면 중국 경제의 미래는 어떨까? 전술한 일곱 가지 요소가 앞으로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교육 요소를 제외하고는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을 듯하다.[각주:3]


마크 우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해 분석하는데, 2002년부터 2016년까지 WTO에서 중국이 제소된 무역 관련 소송은 38건으로, 같은 기간 미국에 대한 73건보다 적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따라서 수치로만 보면, 중국이 미국보다 무역 체제를 더 존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같이 폐쇄되고 강력한 정부를 상대로 제소하는 것이 두려워 소송을 피하는 기업들이 존재하며, 중국이 선진국에 비해 투명성과 개방성이 낮아서 소송 관련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워 제소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결국 중국은 많은 부문에서 공정 무역을 이행했지만, 일부 특정 부문에서는 약속을 위반했고, 규정의 맹점을 이용한 면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1. (Jennifer Rudolph and Michael Szonyi ed., The China Questions: Critical Insights into a Rising Power,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2018.) 이은주 역, 『하버드대학 중국 특강』, 서울: 미래의창, 2018, pp.30-32. [본문으로]
  2. 『하버드대학 중국 특강』, p.162. [본문으로]
  3. 『하버드대학 중국 특강』, pp.170-17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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