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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국가간의 관계는 외교부(국무부, 외무성) 조직에서 관할한다. 물론, 통일을 지향하는 '분단 국가'들은 상대방을 담당하는 별도의 조직을 두는 것이 관례이다. 한국의 통일부가 그러하고, 구 서독의 내독부가 그러했다. 상대와의 관계를 '외교'부에서 관할한다는 것은 두 국가가 일반적인 '국가 대 국가'의 관계임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주의 국가에는 외교를 담당하는 '정부' 조직 외에 '당 조직'을 두는 경우가 있다. 중국의 '당 대외연락부'나 북한의 '당 국제부'가 대표적이다. 즉, 사회주의 국가들간에는 '국가 대 국가'의 관계 외에도 '당 대 당' 관계라는 또 다른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독재국가에서 독재자의 정권안보와 국가안보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것처럼, 냉전 시절 사회주의 국가들의 관계에서 당 대 당 관계와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동일한 것은 아니었다. 최명해는 냉전 시절 북한이나 베트남 같은 나라들은 당 관계에서는 연루 우려를 느끼고, 국가 관계에서는 방기 우려를 느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회주의 국가 간 관계는 엄격한 의미의 국가 대(對) 국가 간 관계는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관계와 당제관계[각주:1]가 교직 되어 있었고, 예상치 못한 정세 변화가 발생할 경우 위협평가 방식이나 결정권은 언제나 당제관계의 위계적 질서에 의해 규정되었다.[각주:2]


그런데 사회주의 국제관계에서 상대적 약소국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당제관계가 국가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데 있었다. 다시 말해 중·소의 ‘허구적’ 이념논쟁으로 약소 사회주의 국가의 당면한 국가과제인 ‘민족해방 투쟁’에 대한 진영 전체의 통일된 지원이 애당초 어려웠다는 것이다. […] 보다 간략히 말하면 약소 사회주의 국가들은 당제관계에서의 '연루' 우려와 국가관계에서의 '방기' 우려를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각주:3]


즉, 사회주의 국가들 사이에는 일반적인 국가들간의 국가 대 국가 관계 외에도 당 대 당의 관계라는 다른 층의 외교 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태영호의 『3층 서기실의 암호』에는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바로,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당 대 당 관계일 때의 대응과 국가간의 관계일 때의 대응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북중 교류는 당적 교류와 정부적 교류로 구분된다. 당적 교류는 북한 노동당 국제부와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정부적 교류는 북한 외무성과 중국 외교부가 진행한다. 당 대표단 사이의 회담일 경우 북한은 이렇게 반격한다.

“제국주의와 싸우는 것은 공산주의자의 신성한 의무다. 미제와 싸우려면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 중국 공산당도 핵무기를 개발할 때 미국과는 핵으로밖에 맞설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핵무기로 사회주의를 지켰다. 전 세계 공산당이 중국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할 때 조선노동당만이 유일하게 중국 공산당을 지지했다. 큰 당과 작은 당, 역사가 오랜 당과 짧은 당은 있을 수 있지만 높은 당과 낮은 당, 지시를 하는 당과 지시를 받는 당은 있을 수 없다. 모든 당은 평등하다. 미국의 핵무기에 핵무기로 대응하려는 것은 조선노동당의 정책이다. 이 정책에 시비를 거는 것은 내정간섭이며 국제 공산주의 운동원칙에도 위반된다.”

정부 간 교류의 대화라면 북한의 공박이 달라진다. “조선은 핵 보유를 헌법에 명시했다. 우리에게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것은 헌법을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은 행위다. 세계에 큰 나라와 작은 나라는 있을 수 있어도 다른 나라의 헌법까지 뜯어고치라고 내정간섭하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지금은 청나라 때가 아니다.”[각주:4]





  1. 최명해는 '당 대 당 관계'라는 용어는 상호 평등한 관계로 보여질 수 있다며, 당제 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본문으로]
  2. 최명해, 『중국·북한 동맹관계』, 서울: 오름, 2009, p.62. [본문으로]
  3. ibid., p.65. [본문으로]
  4. 태영호, 「제5장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3층 서기실의 암호』, 리디북스 전자책, 서울: 기파랑, 201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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