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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독서국

유엔과 일본외교를 읽다

소노라 2015. 10. 24. 16:39

(北岡伸一, 『国連の政治力学 : 日本はどこにいるのか』, 東京: 中央公論新社, 2007.) 조진구 역, 『유엔과 일본외교』, 서울: 전략과문화, 2009.


이 책의 저자인 기타오카 신이치(北岡 伸一)는 학자 출신으로 주유엔 일본 차석대사를 지냈다. 이 책은 크게 유엔이 운영되는 모습과 그 곳에서의 일상을 다룬 전반부와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역설한 후반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전반부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부를 읽는 내내 다소 불편한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책에서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반대하는 한국과 중국의 주장을 반박한다. 전쟁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경을 다시 정하고, 배상금을 지불하면 그것으로 전후 처리는 끝나는 것이고, 일본은 이 모든 것을 다 했다면서 60년 이상이나 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이것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하는 이론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미국이나 중국도 베트남에게 사죄나 배상을 하지 않았는데 유독 일본에게만 시비를 건다고 말한다. 


60년 이상 전의 일을 비난하는 것은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통상 전쟁을 하면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경선을 다시 획정하고 배상금을 지불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것이 국제적인 상식이다. 일본은 그 모든 것을 해왔다. […] 그것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이론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논의가 아니라는 것을 지적해두고 싶을 뿐이다.[각주:1]


안타깝게도 극동국제군사재판(이른바 도쿄재판)이 결코 정의의 법정이 아니었음은 유명한 사실이다. 전쟁 책임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없던 , 그리고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한 인간이 기소조차 받지 않고 유유히 빠져 나왔던 것이다.


한편, 저자는 한국과 일본의 유엔분담금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면서, 한국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반대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다는 듯한 시각을 보여준다.


저자는 여건이 성숙되면 상임이사국 진출을 시도하자는 일본내 주장에 대해서도 츠레즈레구사 이야기를 들며 반박한다.


훌륭한 승려가 되려고 생각한 젊은이가 승려가 되면 말도 탈 수 있어야 하며, 연회에 초대받으면 여흥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한 수행을 하고 있는 사이에 이미 나이를 먹어버렸다는 이야기이다.[각주:2]


즉,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의 적기는 지금이며, 올 지 안 올지, 알 수 없는 적당한 시기로 미루어서는 아무 것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국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반대하거나, 상임이사국 진출을 적당한 시기로 미루자는 일본 내 여론을 회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 같기도 하다.


확실히 읽으면서 유쾌한 기분으로 읽을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일본의 논리와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가 있었던 책이었다. 일본의 생각을 엿 볼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책이 한국에 더 많이 소개되고 번역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 (北岡伸一, 『国連の政治力学 : 日本はどこにいるのか』, 東京: 中央公論新社, 2007.) 조진구 역, 『유엔과 일본외교』, 서울: 전략과문화, 2009., pp.177-178. [본문으로]
  2. ibid., p.24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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