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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독서국

덩샤오핑 평전

소노라 2017. 6. 23. 20:45

(Benjamin Yang, DENG: A Political Biography, M.E. Sharpe, 1997.) 권기대 역, 『덩샤오핑 평전』, 서울: 황금가지, 2004.


이미 제목 자체가 책의 내용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굳이 어떤 책인지 더 쓸 필요도 없다. 이 책은 덩의 유년 시절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 생애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마지막 결론에서 덩샤오핑이 위대한 정치가이자 경세가였노라고 평가한다.


필자는 모든 역사적 실책과 정치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덩이 위대한 정치가로 기억될 것이며, 순전히 역사적 의미에서 20세기 마지막 25년간 중국을 지배한 통치자로 기억되리라고 믿는다.[각주:1]


그렇지만 이 책이 덩샤오핑을 일방적으로 추앙하는 책은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반우파 투쟁과 관련해서는 덩샤오핑에게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언급한다.


공식적인 덩의 전기 작가들은 이 주제를 짜장 회피해 왔다. 아직 우리가 모르고 있으며 찾을 수도 없는 세세한 부분이 너무나 많기는 하지만 반우익 운동에서 덩이 결정적 역할, 어쩌면 마오까지 포함하여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더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다.[각주:2]


실제로 반우파 투쟁 당시 덩샤오핑은 중공중앙서기처 총서기(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서기처 총서기)로, 반우파 투쟁에 적지 않은 책임을 지고 있다. 이 점이 덩샤오핑의 정치적 약점중 하나였음은 분명한데, 실제로 덩샤오핑은 최고 실권자로 등극한 이후에도 "반우파 투쟁은 필요했고, 잘못은 확대에 있다."[각주:3]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적당한 균형 감각을 맞추었다고 보여진다. 책은 411쪽으로 결코 짧은 분량은 아니지만, 독자를 지겹게 한다거나 어렵게 만드는 문체는 아니다. 원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번역판은 그렇다. 번역도 꽤 만족스럽다.


다만, 종종 등장하는 오역이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이 '오역' 문제는 직책 문제에 한정되는데, 예를 들어,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사실, 심각한 문제도 아니고 이해하는 데도 큰 무리가 없지만, 2% 부족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 →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인민회의 의장 →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주석 →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장

중앙군사위원회 총서기 → 중앙군사위원회 비서장

중앙고문위원회 주석 → 중앙고문위원회 주임


왜 이런 2% 부족한 번역 문제가 생겼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중국의 직책을 영어로 번역 표기하고,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는, 중역 과정에서 오역이 발생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중앙고문위원회 주임[각주:4](中国共产党中央顾问委员会主任)은 영어로는 Chairman of Central Advisory Commission로 번역되는데, 한국어로 중역하는 과정에서 chairman을 주임이 아닌 주석으로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1. (Benjamin Yang, DENG: A Political Biography, M.E. Sharpe, 1997.) 권기대 역, 『덩샤오핑 평전』, 서울: 황금가지, 2004, p.399. [본문으로]
  2. ibid., p.205. [본문으로]
  3. 조영남, 『개혁과 개방: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1, 1976~1982년』, 서울: 민음사, 2016, p.380. [본문으로]
  4. 덩샤오핑이 종신제를 철폐하고 원로들을 예우해주기 위해 만든 한시 조직이었다. 이 중 덩샤오핑과 천윈이 번갈아 위원장격인 주임을 맡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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