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라 송신소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은 지난 2001년 출간된 존 미어샤이머의 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의 한국어 번역판이다. 번역판 출간연도는 2004년.


국제정치학은 크게 자유주의(이상주의) 진영과 현실주의 진영으로 양분할 수 있다. 국가간의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세계는 평화로워질 것이라는 주장이나, 민주주의는 평화를 가져온다는 민주평화론 등은 대표적인 자유주의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세계를 평화롭게 만드는 것은 현실적이진 않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데 이들이 바로 현실주의자들이다. 물론 궂은 날씨가 하루 종일 비 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것 처럼, 평화롭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 항상 전쟁 상태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주의는 다시 한스 모겐소의 고전 현실주의와 케네스 월츠(왈츠)의 신현실주의로 나뉜다. 고전 현실주의는 국제분쟁의 원인으로 인간의 본성을 든다. 반면, 신현실주의는 무정부상태라는 국제정치의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따라서 구조 현실주의라고도 한다. 


미어샤이머는 이 구조 현실주의에 속하는 학자다. 물론, 미어샤이머와 월츠의 이론에는 중대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월츠의 이론에서 국가들은(대개 강대국) 일정한 정도의 힘에 도달하면 더 이상의 힘의 추구를 주저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미어샤이머는 힘이 안보를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인 세상에서, 안보를 보장받는 최선의 방법은 패권국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국가(특히, 강대국)들은 패권국이 될 때까지 힘을 갈망하게 된다.


미어샤이머는 이러한 자신의 이론과 월츠의 이론을 구별하기 위해 전자를 공격적 현실주의(공세적 현실주의), 후자를 방어적 현실주의(수세적 현실주의)로 구분 짓는다.


미어샤이머는 안보를 보장받는 최선의 방법은 "지금 바로 패권국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전 지구적 패권국이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미어샤이머는,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세계적 차원의 패권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상호확증파괴(MAD)라는 말이 있다. 냉전기 공포의 핵균형을 잘 나타내주는 단어다. 미쳤다는 뜻의 mad와도 동음이의어다.(일부러 그렇게 만든 두문자약어겠지만) 미국과 소련 두 나라 중 어느 나라도 먼저 선제 공격을 통해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는 능력(제1타격력)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반면, 상대방으로부터 공격을 당할 경우, 당한 만큼 되돌려줄 정도의 보복력(제2타격력)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먼저 공격을 하더라도 상대를 궤멸시킬 수 없을뿐더러, 내가 준 만큼 되돌려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공포의 핵균형이 돌아가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한 나라가 선제 공격을 통해 상대방을 완전히 초토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또는 상대방의 보복 공격을 완전히 무효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그 나라는 핵 우위에 서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나라는 세계적 패권국이 될 것이다. "핵 패권국"에게 "재래식 군사력의 균형이란 무의미"하다.


핵 패권을 통해 세계적 패권국이 된다는 꿈은 꿈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그렇다면 재래식 군사력을 통해 세계적 패권국이 될 수 있을까? 미어샤이머는 이 또한 불가능하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것은 역시 바다(특히, 대양)의 힘이다.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바다를 건너서 대규모 병력을 전개하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은 더 유리한 위치에서 전쟁에 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미어샤이머는 강대국들의 목표는 지역 패권국이 되는 것이 목표[각주:1]라고 말한다. 패권국은 다른 대륙에 대해 역외균형자(offshore balancer)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 이유는 다른 패권국이 자기 대륙 앞마당에서 세력균형 상태에 영향을 주어서, 자신의 패권적 지위를 망쳐놓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방법에는 유화, 편승, 책임전가, 세력균형 등의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강대국이 강대국을 견제할 때는 세력균형의 방법이 자주 사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미어샤이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역사를 볼 때, 자주 사용된 것은 다른 나라에 책임을 떠넘기는 전략(책임전가 전략)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전략은 국제정치의 구조(강대국의 숫자)와 관련이 있다. 단극체제 즉, 단일 강대국이 존재하는 체제는 세계적 패권국이 존재하는 체제인데 이것은 실현 불가능하다. 강대국이 두 나라가 존재하는 것은 양극체제로, 냉전이 대표적이다.


강대국이 세 나라 이상 존재하면 다극체제로 분류된다. 미어샤이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잠재적 패권국이 포함된 불균형적 다극체제와, 잠재적 패권국이 없는 균형적 다극체제로 구분한다. 이론적으로 양극체제 역시 균형적 양극체제와 불균형적 양극체제로 구별할 수 있겠지만, 불균형적 양극체제라면 곧 단극체제가 될 것이므로 무의미한 구분이 될 것이다.


체제 내에 책임을 떠넘길 다른 강대국이 존재하는 다극체제라면 책임전가의 유혹에 빠지기 쉽지만, 책임을 전가할 제3의 강대국이 없는 양극체제에서는 직접 상대와 세력균형을 맞출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 원본이 나온게 2001년이다. 이 책도 지난 2014년 개정판(Updated Edition)이 출판(번역 안됨)됐다. 전반적인 내용의 변화는 없지만, 중국의 부상에 대해 다룬 마지막 장에서 최근 15년간 있었던 여러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1. 미어샤이머는 미국 역시 아메리카 대륙에서의 지역 패권국이라고 본다. 그리고 현대에서 지역 패권국이라는 지위를 차지한 것은 미국이 유일하다고 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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